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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Care Design

새 집을 뜯어내고 전면 공사하는 입주자의 마음을 그는 헤아렸을까?



클라리언트는 아들도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어 교직을 그만두시고 서울 근교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남편도 서울로 발령이 나게 되어 공기좋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판교의  주택단지로 조성된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았다고 하셨다.


너무나 아름답게 조성된 단지를 들어서니 이 곳은 눈에 익숙한 전경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벌 써 몇 해 전 외국인 건축가들이 단지를 몇 블록으로 만들어 조성하여  설계를 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주택으로 스포트를 받았던 바로 그 곳이었다.
주변의 경관으로 볼 때 뒤엔 산이 있고 앞으론 전망이 트였으며 곳곳의 산책로는 사진의 모습 이상으로  아름답게 잘 조성이 되어있어서 여기에 무엇을 고쳐야할 지 영문도 모른 채 난 그저 처음엔 우리 클라이언트의 집을 전면 수리해야한다는 의뢰가 오히려 반문으로 느껴졌을 정도로 이 곳의 전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보여지는 건물의 외관으로 봐서는 박스형의 통일감 있는 외관으로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일본의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느낌을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고, 담장 없이 집들 사이 함께 한 군락을이루면서 어울리도록 하는 컨셉으로  개방감 있게 만들었구나 하고  감탄도 했다.

고객이 왜 이렇게 훌륭한  집을 고쳐야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이국적으로 조성된  타운하우스 전경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고객은 키를 가져와 우리에게 집안으로 들어가길 청했다. 그리고 집과 가까이 갈 수록 나 역시 이 집에 대한 먼 발치에서 보는 느낌과 조금씩 동떨어져가는 어색함들이 하나하나 보여져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 역시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이 집을 아무리 너그럽게 보면서  이 집을 설계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점점 화가 분출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집은 외부에서도 보기에 좋아야하겠지만 일단 집에 들어와봐야 안다고 문을 열고 들어와보니 이 상태로 이사를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누가 봐도 알 수가 있었다.
1층이 현관이고 파티션 역할을 하는 신발장으로만 분리 되어있다. 아마도 설계자 입장에선 1층은 현관과 응접실 개념으로만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서 벌써 오류이다.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어느 누구도 밖을 바라보고 채광을 할 수 있는 조망이 되는 거실을 갖고 싶어하는게 소망인데 자연채광으로 밖을 바라보게 만든 이 곳은 누가봐도 가족들이 거실의 개념으로 제일 많이 머물게 되는 공간이기 떄문이다. 바닥은 차가운 화강암의 대리석으로 현관 밖의 바닥과 집안의 바닥은 거의 동일한 수평이고 만약 홍수라도 나는 터엔 이 집은 물이 가득 들어올 구조로 되어있는 불안한 느낌이다.
이 집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정하고 이 일에 가담하고 생각을 위한 도면을 그려내면서 잠못자고 했을터인데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때 이 건축물에서 느껴오는 이미지는 적어도 일본인 건축가라서가 아니라 전혀 우리네 주거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았고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우리 주거문화를 일본의 60년대 초창기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만  설계하여 적용한 집이라는 느낌으로 밖엔 여겨지지 않았다.

예쁘고 멋진 집에 살려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건 그런 불편함을 떠나 전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되어있지 않은  집으로 구석으로 몰린 가정주부의 모습의 등돌린 우울한 모습.
온 가족이 모여 웃고 즐길 수 있는 가족실은 항상 커텐을 내려치고 어두캄캄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과연 이 건축가의 마음은 도무지 어떤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집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밖에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2층의 침실공간엔 열 수 없는 가로형 수평루바로 채광을 조절하게 되어있지만 실제 이 공간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그 멋진 경관을 모두 가로 창살로 드리워져 갖혀있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새아파트를 분양받아 집을 고치는 일을 할 때 때론 과용의 비용을 들여 그 나름대로 살 만한 공간이지만 조금 무리다 싶을 정도로 값비싼 디자인을 할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요즘 분양하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너무도 합리적이고 편한 동선으로 크게 고치지 않고서도 약간의 커튼과 가구배치로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독특한 집을 연출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입주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 100%는 다시 커튼으로 내리치고 벽을 만들고 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고객은 망설이고 있다. 과연 이 곳을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지 비싼 집을 구입했는데 턱없이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지을 만큼의 비용의  감당을 어떻게 감수해야하는지.. 아마도 이런 행위는 여기뿐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도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설계자는 미래를 바라보고 앞을 내다본 건축이라며 자신하고  우리네 사람들이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내가 생각하는 집이란 당장 살아가는 바로 지금 현재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먹고 자고 숨쉬는 그런 일상이고  보금자리이기에 겉멋 들어진 집에 대한 우리의 불편하고 답답했던 견해를 이렇게 드러내보고 있는 것이다.

 

 

[위아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