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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공간디자이너 노태린의 일본 노인복지센터 탐방] #4. 됴코의 세탁소카페 깃사란드리

빈그릇과 같은 공간, 깃사란드리




여백 없이  
꽉 채워져 있는 사람 

뭔가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뭔가 더 공유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사람의 또렷한 색깔에 짐짓 놀라, 
다가가지 못하고 어우러지지 못하고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좀 보세요-!>하고 자랑하듯 전시된 공간에서는 
그 누구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간에는, 빈그릇 같은 공간을 들여다보며, 
머물고 싶은 공간, 함께 하고 싶은 공간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치유공간디자이너 노태린의 일본 노인복지센터 탐방 4번째 
도쿄의 세탁소카페 <깃사란드리>입니다.  



세탁소가 있는 카페 : 깃사란드리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걸까? 



깃사란드리는 도쿄 스미다강의 동쪽, 모리시타 주거 지역에 2018년 1월에 오픈한 가게입니다. 세탁기, 재봉틀, 다리미가 있는 커피숍이며 사무실이기도 합니다. 이 곳의 주인인 오쿠시상과 다나카 상은 건축 미디어 잡지 책을 만들며 건축 관련 컨설팅을 하는 회사 '그란도 레벨'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한적했던 깃사란드리에 어떻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는지 활발한 커뮤니티 장소로 거듭나게 됐는지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을을 위한 공간


처음 이 건물의 리모델링을 계획하는데 비워진 1층에 한적한 동네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는데요. 


그 당시 그는 근처 300미터 근방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우리 마을을 위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2층에 주로 사람이 살지만 1층은 상점을 만들어 사람들이 교류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때쯤 그들은 우연하게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1층의 숍에 사람들이 책을 읽고 빨래를 하고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드나드는 자유로운 휴식 공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정도의 카페는 일본의 여러 지역에도 많았지만 이들은 이때부터 세대를 막론하고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라도 문턱없이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휴식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막연하게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소통하는 커피숍 정도의 일층으로 공간을 규정했었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덧붙여지고 또 다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면서 코인 런드리 장소를 포함하여 지금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런드리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곳
반지하 차 마시는 곳
작업 및 카운터 

4구역으로 나누어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카페에 있을 때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 정해진 업무를 하기보다는 누구라도 손님들이 묻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즉각 메모를 해서 답변을 하는 그런 고객 대응 일처리를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깃사란드리 


공간이 오픈되고 나서 100여개 정도의 이벤트 공간으로 쓰여지기도 했는데요.
무엇을 하자고 명확히 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벤트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55년에 준공한 건물 1층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소문이 나면서 이 곳은 여러 매체에 다양하게 소개도 되었는데요. 공간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주변에 전해지면서 건물의 노후로 고민하는 주변 건축주들에게 리모델링 컨설팅 등이 계속 의뢰가 들어와서 그란도레벨 역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그릇과 같은 공간 


오래된 주택가 낡은 건물, 장갑 포장 작업장으로 쓰이던 곳이 마치 현대판 다방같은 장소가 되어 동네의 사랑방이 된 것은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빈그릇 처럼 무엇을 채워도 어울리는 그런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정감있는 차나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마을의 거실이 되기도 하고  
세탁을 하고 재봉틀을 빌려 옷을 수선하는 가사실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 때로는 뚝딱뚝딱 무언가 만들어내는 공방이 되면서 
그때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이 곳에서는 합니다. 

멋진 인테리어로 치장된 커피숍, 한차원 격이 달라진 스타벅스 같은 공간에서는 왠지 영어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을 꺼내놓고 멋진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지요.
 
하지만, '깃사란드리'에서는 남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2018 굿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100 최우수상 

1) 2018 굿디자인 어워드 베스트 100 
2) 2018 굿디자인 특별상 굿포커스 '지역사회 디자인상'
3) 제 6회 리노베이션오브더이어 무차별급 최우수상 

깃사란드리라는 장소의 이러한 쓰임을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늘 멋지고 세련된 수상작들을 보면서 들어가기조차 겁나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화려한 공간들만 디자인 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공간을 들여다보며 이러한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진정한 사랑방 


보통 다양한 집회 장소를 마련할 때 서류를 작성해야 하거나 까다로운 절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공간은 몇 마디 예약만으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지역의 사람들이며, 누구라도 자유롭게 휴식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그들이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유모차를 끌고 갈데가 없는 젊은 엄마들, 돈이 없어 갈데가 없는 노인들 
개개인의 고독에 대해 그 아픔을 일일히 다룰 수 조차 없는 어두운 그림자 같은 문제라고 하는데요. 

이들에게 '깃사란드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결국 의지할 데 없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듬어주는 치유가 되는 쉼터인 것입니다. 



치유공간 디자이너 노태린의 

<깃사란드리> Check Point

1. 그랜드레벨 회사에서 하는 일들


깃사란드리처럼 건물의 1층을 리모델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깃사란드리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놓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병원에서도 1층은 이런 자유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되도록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하구요. 컨설팅의 핵심포인트는 건물의 확장보다는 현재 건물 자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2. 깃사란드리 운영 인력 및 평균 고객


평일 50명, 주말 100-150명 
직원들은 4명의 기혼 엄마들로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경 200미터 정도 거리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부족할 경우 바로 이 네트워크 안의 엄마들이 연락을 해서 도움을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카페의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 대에 일하는 사람의 인원은 한 명으로 제한하여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사용하려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시간당 1500엔으로 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대여하는 일들로 수익을 냅니다. 매출 퍼센테이지는 런드리 10%, 공간대여 20-30%, 음식 60-70% 입니다. 


3. 가장 특별했던 이벤트는 무엇이었나?


어르신들의 불고기 파티, 강아지 생일, 주방에서 빵을 굽는 일 등 그때마다 오는 사람들의 순간적인 아이디어로 공간을 알아서 자유롭게 쓰기 때문에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했던 이벤트가 많았다고 합니다. 


4. 런드리 카페라서 더 의미가 있었는가? 


그것은 아닙니다. 다른 무언가가 많은 공간(특히 사람들간의 공감대)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이지 런드리라 더 많이 모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일본 노인복지센터 탐방을 통해 
일본의 공간을 보며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머물고 싶은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분들도 느끼실 수 있으셨나요? 

앞으로 위아카이와 노태린이 만들어갈 공간과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아마도 이런 모습이 될 것입니다.  
진정 머물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며 여러분에게 다가 가겠습니다.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BY. 치유공간 디자이너 노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