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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Care Design

지금은 24시가 대낮같은 차세대 응급실 천안 순천향병원 리모델링 뒷이야기


지난 겨울

 

이 곳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준 곳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얻는 교훈은 절실함이 피부에 와 닿을 때에

그것을 극복해가면서 얻는 체험이 가장 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현장에서 있었던 나의 경험은 뼈저렸었던 기억이었지만 힘들었던 과정과 고통을

주변사람들 그리고 가장 의지할 수 있었던 나의 직원들과 현장의 사람들과 함께 극복해 갔고  그래서 지금은

지난 추억의 한 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11월 말에 출간될 나의 두 번째 책의 이야기는 이 곳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일을 하면서  현장완성사진을 제대로 찍기가 힘든 것은

종합병원리모델링이  하루가 바쁜 빠듯한 공사기간이다보니 스타트와 동시에 끝나고 나면 바로 진료가 시작되는 터에

사진조차 제대로 남기기는 여간해서 쉽지가 않다.

늘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그나마 이렇게 급히 돌아가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남기며

변화되는 모습들을 보이는 대로 찍고 있기 때문에 피고 지는 꽃을 촬영하는 시간의 흐름처럼

현장상황을 남기는 것!   그 것들은 그 시점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순간이다.

때론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단 한번도 보여지지 않은 채 사장되기도 하지만  기억들은 나의 폴더 저 한켠에

저장되었고   언젠가 그 사진들을  꺼내보며 내가 살며 이런 일들을 했구나 하는 나만의 히스토리이기도 하다.

 

 

 

 

 

내 블로그에 글로 기록되는 일들은 바삐 돌아가는  현장에서 보여지는 빙산의 일각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그 것조차 기록하고 보여지도록 정리하는 것도 하루의 흐름속에 작은 시간을 내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일이 진행되는 것을 날카롭게 신경쓰다 들어오면 긴장이 풀려 눈붙이기가 무섭게

잠들고 아침이 되고 마는 게 일상이려니 하지만 어느덧 조금씩 기록하고 글로 옮겨가는 솔솔한 재미를 붙인것은

나의 삶에 즐거움이고  그 시간동안 성찰의 기회와  미래의 다짐을 주는 시간이되기 때문이다.

 

 

 

 

 

책에 사진을 넣기 위해 그동안 지난 사진들을 골라보니 완성된 사진들이 좀 더 필요했다.

 

그래서 얼마  전 응급실 사진의 전경과 그 새 진행된 현장들의 곳곳을 둘러 사진을 찍기 위해

늘 함께 일하는 사진 작가와 추억이 가득 서린 이 현장을 다시 들어와보았다.

대낮같이 불켜진 응급실의 모습은 아픈 환자들로 가득했고 이 날따라 다친 아이가 급히 들어오고 있었기에

사진기를 가진 우리들의 모습이 응급실 스텝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여유의 기간을 기다리기 위해

작가와 같이 커피한 잔을 빼서 마시며 응급실 뒷쪽 대기실에 앉았다.

 

그리고 지난 날  내가 이 자리에 앉아 남몰래 울며 서 있었던 모습을 회상해 보면서

눈시울이 적셔지기 시작했다.

 

http://blog.daum.net/shalrud2/7439714 (온마음을 다하여  정성껏 시공하겠습니다.)

 

 

블로그에 날마다 일기를 기록하던 나였지만  그 날 이후 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고

조금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된 후 위의 포스팅으로 나의 상황을 일축했던 기록이 있기에 다시 한번 꺼내보면서

이 때의 긴박했던 모습을 다시한번 떠올려 본다. 

 

 

 

 

 

목이 메었고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혹시나 볼까 하고 소매로 훔치고는

복잡했던 현관 밖의 상황이 정리 된 듯 하여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조심스레 사진들을 찍어 나갔다.

 

 

그 때 긴박하고 다급했던 지난 날의 마음처럼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들도 그러할것 같아서

오늘 내가 이렇게 사진기를 들고 편히 들어가는 마음을 예전 그 복잡한 심경이 되어 들어가보니

과연 어떤 곳으로 이 곳이 보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치 응급실에 실려들어온 환자들과 보호자가 된 느낌안에서의 프레임으로 본 시선이 같을꺼라 생각했다.

 

 

 

 

 

 

 

병원리모델링을 하면서 발상의 시작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환자가 되었을 때에 이 공간이 어떠할까?

내가 환자가 아닌 제 삼자의 눈으로 볼 때 이 공간은 어땠으면 좋을까?

 

그게 원초적인 시점이 되어  만들어나갈 공간을 본다면 조금씩 답이 보이고 어떻게 이 공간을 만들어 갈 지에 대한 고민들이 조금씩

풀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까 온 아이는 괜찮을까? 하며 이 곳의 문을 열고는 미안한 마음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기에

다가섰던 카메라를 접어들고 돌아나온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꾸미고

더구나 아픈 환자들이 드나드는 공간이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에 대해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물질적 비용과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공간의 본질을 보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感) 이 우선이다.

 

해 왔던 일들에  대해 완성된 사진을 찍으며 조금 여유를 부리다보니  급히 일하며 겪는 시행착오들도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가다가 돌이켜 보기도 하고 , 또다시 앞으로 허둥지둥 매진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길을 가면서 그 순간을 달리면서도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해서 잊지 말아겠다.

 

 

이제 또 다른 현장들이 기다리고 있고

시작되는 그 곳에 열정을 담기 위해 지난 현장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상의 공간을 현실로 가져오는 나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이  그 곳에서 행복한 모습을 떠올려보며 이제 새로운 오늘을 향해 달려나간다.